박근혜 퇴진 대전 촛불집회 131일의 기록, 사진집으로 남는다
박근혜 퇴진 대전 촛불집회 131일의 기록, 사진집으로 남는다
이상호·임재근 씨, 16일 ‘大田 大戰, 봄으로 간 촛불’ 출간… 계룡문고에서 사전전도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7.04.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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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올해 들어 최고의 강추위라는 말이 실감나는 날이다. 차가운 바람이 불때마다 ‘아 추워… 아 추워…’ 말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렇게 추운 날 나는 왜 눈 내리는 차가운 아스팔트 한가운데 친구와 함께 이렇게 앉아 있는 걸까? 친구가 장갑을 가져오지 않아서 장갑 한 짝씩 나눠 끼고 초에 불을 붙였다. 초에 불이 붙으면서 들고 있던 손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몇 달 동안 수많은 뉴스와 깜짝 놀랄만한 소식들. 보고 있으면서도 ‘진짜 저런 일이 있었을까?’ 싶은 이야기들.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하루 종일 쏟아져 나오는 오늘 우리 모두는 분노하고 좌절하고 어이없어하면서 누가 강요하지도, 누가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초를 들고 광장에 나왔다.

어떤 어른들은 “너희 같은 학생들이 뭘 안다고 촛불시위에 나가느냐”고 하신다. 나도 나오고 싶지 않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따뜻한 집에서 주말 TV프로그램이나 보고 싶다. 그러나 누군가는 학교 출석도 하지 않고 입학과 졸업을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열심히 노력한 누군가는 그 사람으로 인해 실패하고 좌절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열심히 노력하고 살려고 할까? 나 자신을 원망하고, 힘없는 부모를 원망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살아야 하는 걸까? 이 나라에 희망이라는 게 있을까?

가슴 아픈 소식들이 뉴스에 나올 때 마다 슬퍼하고 울기만 했다. 어떻게 할 수 없음이 더 화가 나고 견딜 수가 없었다. 나 혼자라면 어려웠겠지만 옆을 둘러보니 내 친구, 내 가족, 이웃들이 함께 있어서 모두 다 같이 힘을 모아서 추운 겨울날 따뜻한 마음으로 촛불을 들 수 있었다.

이제 추운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고 있다. 모두에게 추운 대한민국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봄처럼 따뜻한 대한민국이 오기를 기다린다.

- ‘한손엔 장갑 한손엔 촛불을 들고…’ 2017년 새해 들어 가장 추웠던 1월 14일, 촛불 시국대회에 참석한 한 십대 청소년의 일기

 

지난 해 11월 1일부터 올해 3월 11일까지 131일간 대전에서 이어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의 모습들을 담은 기록사진집 ‘大田 大戰, 봄으로 간 촛불’이 나올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2004년부터 대전의 평화통일운동단체에서 활동해면서 지역 활동을 사진으로 기록해오는 일을 하고 있는 임재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과 지역 인권단체 ‘양심과 인권-나무’ 이상호 운영위원이 넉 달여 동안 담은 사진들 중 350여 점을 모은 이 책은 16일 출간된다.

그동안 이들은 총 61차에 걸친 촛불집회와 연인원 30만 명이 참여한 16차의 시국대회장 속에서 ‘박근혜 퇴진 대전 촛불행동’의 장면들을 역사에 기록해 두기 위해 촛불 대신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뛰어다녔다. 이런 노력의 덕분이었을까 대전에서 촛불을 든 지 130일 만에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고, 그동안의 분노와 열망은 시민의 승리로 귀결됐다.

임재근·이상호 작가는 “2016년 11월 1일 둔산동 타임월드 앞에는 어림잡아 3000여 명의 시민들이 운집했고, 그중 절반은 청소년들이었다. 참여한 시민도 지나가는 사람도 한 마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순간 ‘아~ 이 싸움은 역사다!’, ‘우리라도 이 순간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대전의 현장은 사진으로 기록되지 않아 현장의 뜨거움이 충분히 전해지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슬픈 역사이지만 또한 주권을 가진 국민의 위대한 승리의 역사는 기록되는 것이 옳고 당연히 전해져야 할 것” 이라며 “대전 촛불 61차, 131일간의 기록은 단지 두 명의 기록이 아니라 대전의 모든 촛불 시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은 ‘大田 大戰, 봄으로 간 촛불’에 수록된 사진 중 61점을 선별해 16일부터 28일까지 계룡문고 전시실에서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상호·임재근 공저/ 대장간 /3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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