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특별기고] 1만 톤의 눈물, 10만 톤의 고통
[세월호 인양 특별기고] 1만 톤의 눈물, 10만 톤의 고통
  • 정덕재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작가
  • 승인 2017.03.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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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재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작가

[굿모닝충청 정덕재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작가] “내려오니까 올라왔다.” SNS에 올라온 이 짧은 문장은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기 까지 험난한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자 세월호가 올라온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여길 수 있을까 . 수많은 의혹으로 이어진 긴 시간이었기에 의심어린 눈초리를 쉽게 거둘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는 시간에 박 전 대통령은 7시간 동안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각종 루머는 난무했다. 특검조차도 그 의혹을 밝히지 못했다.

2017년 3월 23일 새벽에 마주한 세월호, 현장에서 중계되는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만감이 교차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인양을 못한 것이냐, 안한 것이냐?“ 탄식과 함께 내뱉은 이 말은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행태에서 기인한다. 근거 없는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4.16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을 맡고 있는 정성욱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해수부가 기술력이 없는 회사를 데려와서 인양을 시작했던 게 가장 큰 문제가 되었죠. 기술로 본다면 상하이샐비지는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업체가 아니었어요. 중국 안에서만 인양을 했던, 해외에서는 인양을 해 본 적이 없던 회사라는 겁니다.”

결국 기술력을 검증받지 못한 업체에 인양을 맡기다 보니 시행착오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인양 준비 과정에서 작업 방식을 바꾸고 속도도 늦어져 전문성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대형 여객선 인양 작업에 노하우를 쌓지 못한 업체를 선정한 해수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수면위에 오른 세월호는 녹슬고 많이 훼손되었다. 그것 자체가 고통의 상처다. 세월호의 선체 무게와 적재물을 합하면 1만 톤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무게가 아니다. 바닷 속에서도 젖지 않는 고통의 눈물이다. 그 눈물이 모여 10만톤의 슬픔과 고통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1073일을 기다린 만남.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세월호에 대한 수많은 표현은 살아있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차가운 쇳덩이가 아니라 304명의 생애와 함께 한 생명체였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3년 동안 기억하고 싸워왔다. ‘노란리본을 달고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마음에 새겼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주부가 피켓을 들었다. 바느질을 잘하는 아줌마는 아이들의 꿈을 한 땀 한 땀 새겼다. 노래를 잘하는 청년은 그들을 추모하는 노래를 불렀다. 

하늘로 올라간 학생들의 짧은 삶을 전기로 쓴 작가들도 있었다. 세월호 인양을 바라는 그림을 그린 화가들도 있었다. 아파트 베란다에 세월호 진상을 규명하라며 현수막을 내건 가족들도 있었다. 자동차 유리창에 노란리본을 붙인 이들도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유는 슬픔과 고통을 나누면 줄어든다는 평범한 상식을 믿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고통은 반드시 치유되어야 한다. 서로를 다독거리고 마음을 추스르는 명상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합리적 처벌이 전제되어야 상처는 아물 수 있다. 

가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동시에 진정성이 담긴 사죄가 치유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또한 총체적 부실이 낳은 대재앙의 진실을 위해서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는 새로운 특조위의 활동은 물론이고, 여전히 남아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재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

세월호 선체는 참사의 핵심 증거물이다. 그러나 단순한 증거물로 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연이 담겨있다. 304명의 생애가 담겨있기에 고통스러운 역사다. 그 역사의 실체가 온전히 인양되어 따뜻한 햇살을 받을 때 까지, 우리는 무탈한 인양의 마무리를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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